TOP

공지/뉴스

단일기업 역대 최대 삼성 240조…어디에 투자하나

2022.09.16 Views 296

◆ 삼성 240조 투자 ◆



삼성이 2023년까지 3년간 반도체·바이오 등 전략사업에 240조원을 새로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11일 만에 전격 발표된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이다.

삼성이 투자하겠다고 밝힌 240조원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매출 236조원을 넘고, 2018년 발표했던 투자계획 180조원보다 많다. 단일 기업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관계사는 24일 240조원 투자와 4만명 고용을 골자로 하는 투자·고용과 상생 생태계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 측은 "코로나19 이후 예상되는 산업·국제 질서, 사회구조 대변혁에 대비해 미래에 우리 경제·사회가 당면할 과제들에 대한 기업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지난 13일 출소한 이 부회장은 가석방 당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아 주요 경영진을 만난 데 이어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포함한 주요 사업부문 경영진과 연이어 간담회를 하며 이번 투자·고용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특히 240조원 중 180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기로 했다. 2018년 8월 발표 때보다 국내 투자 규모를 50조원 늘린 수준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 확대를 통해 고용을 늘리고 경제 활력을 높여 삼성에 대한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14나노 이하 D램,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 차세대 제품 개발에 투자해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시스템반도체는 기존 투자 계획을 조기에 집행해 세계 1위 도약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대비해 바이오사업을 '제2 반도체'로 육성할 계획이다. 현재 인천 송도에 건설 중인 4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능력 62만ℓ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압도적 1위가 된다.

한편 삼성은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한다고 밝혔다. 통상적인 채용 계획을 따르면 3년간 고용 규모는 약 3만명이지만, 첨단산업 위주로 1만명가량 고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대규모 국내 투자로 56만명에 달하는 간접적인 고용 창출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삼성은 기대했다.


돌아온 이재용 통큰 결단…3년간 국내에 180조 집중투자
240조 어디에 투자하나

반도체 패권경쟁 승기 잡기위해
시스템반도체 10년간 171조 투자
D램등 메모리분야 초격차 유지

이재용 복귀로 투자결정 빨라져
AI·5G·전장 과감한 M&A 기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둘째)이 지난해 10월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사진설명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둘째)이 지난해 10월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삼성이 24일 발표한 240조원 투자 계획의 핵심은 단연 반도체다.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 등 기술 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반도체가 정보기술(IT)을 넘어 자동차 등 핵심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 미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500억달러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 20%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반도체 기업 간 경쟁은 '국가 대항전'으로 옮겨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현재의 기술 절대 우위를 보다 공고히 하는 동시에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리더십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관심의 초점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다. 앞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71조원을 투자해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갈 길이 멀다.



파운드리 분야의 경우 삼성전자가 한 수 아래라고 봤던 미국 인텔이 최근 2024년 2나노미터 수준인 '인텔20A'를, 2025년에는 1.8나노 수준인 '인텔18A'를 양산함으로써 기술력에서 삼성전자를 뛰어넘겠다는 기술 로드맵을 공개했다. 또 세계 최대 통신 칩 회사이자 삼성전자·대만 TSMC의 고객사인 퀄컴을 고객사로 끌어들였다는 사실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전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 역시 최근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앞으로 3년간 100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아직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 170억달러 규모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하고 주정부들과 협의 중인 가운데 아직 구체적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쟁 업체들의 도전에 대응해 첨단 공정을 적기에 개발하고 혁신제품 경쟁력을 확보해 세계 1위로 도약할 계획이다. 기존 모바일 중심에서 AI, 데이터센터 등 신규 응용처로 사업을 확대하고, 관련 생태계 조성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동안 결정을 미뤄왔던 미국 내 파운드리 증설 관련 결정도 조만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존에 밝힌 10년간 시스템반도체 171조원 투자와 미국 파운드리 증설을 포함하면 삼성전자가 향후 3년간 최소 50조원 이상을 시스템반도체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미국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176단 모바일용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했다고 밝히는 등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초격차에 균열 징후도 일부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응해 메모리반도체 초격차 굳히기에도 나선다. 기술은 물론 원가 경쟁력 격차를 다시 확대하고 14나노 이하 D램과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 혁신 차세대 제품 솔루션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메모리반도체 설비 투자에 연평균 20조원 이상을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는 단기 시장 변화보다는 중장기 수요 대응에 초점을 맞춰 연구개발(R&D)과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를 지속하고, 시스템반도체는 기존 투자 계획을 적극적으로 조기 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밝힌 240조원의 투자 금액에는 대규모 인수·합병(M&A)도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향후 3년간 유의미한 M&A를 진행할 계획임을 공개하고 AI, 5G, 전장 부문에서 인수 대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만큼 미국 등 투자 결정과 M&A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삼성전자가 대규모 M&A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삼성전자는 2016년 약 9조4000억원을 들여 자동차 부품 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대규모 M&A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의 M&A 대상으로 시스템반도체 설계 전문기업(팹리스)을 언급한다. 2019년 삼성전자의 인수 루머가 불거진 바 있는 네덜란드 NXP를 비롯해 세계 굴지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이름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세계 반도체 기업들 몸값이 많이 올라 있어 삼성전자가 이들 중 한 곳을 인수한다면 하만 인수가를 가볍게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1/08/819151/
file